장특공제 폐지? 부동산 정책 어디까지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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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모습. 현대건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남긴 “거주하지 않으면서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 제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책 신호가 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폐지’라는 단어가 확산되며 한동안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긴장 국면으로 들어섰다.
장특공제는 한국 부동산 세제의 상징적인 장치다.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40%, 여기에 실거주 요건까지 충족하면 추가 40%를 더해 최대 80%까지 양도소득세를 공제받는다. 제도 취지는 분명하다. 오래 보유하고 실제 거주한 사람에게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제도는 또 다른 기능을 갖게 됐다. ‘보유만으로도 절반 가까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각인된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실거주가 아닌 단순 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정책은 언제나 의도가 아니라 해석과 기대를 통해 시장에 전달된다. 그 순간부터 장특공제는 ‘손질 가능한 제도’가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혜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논쟁은 곧 정치권으로 번졌다. 야당은 “장특공제가 폐지되면 실거주 1주택자까지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비거주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조정하자는 취지일 뿐 실거주자는 보호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제도를 두고 전혀 다른 미래가 제시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숫자’가 불을 붙였다. 보유 공제가 사라질 경우 양도세가 수억 원 단위로 증가하는 사례들이 제시되며 시장의 체감 불안이 커졌다. 10억 원에 취득한 주택을 40억 원에 매도할 경우 세금이 4억 원대에서 7억 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 특정 사례에서는 세 부담이 6배 이상 증가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계산이 ‘극단적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팀장은 “현재 논의는 장특공제 전체 폐지가 아니라 보유 기간 공제 축소 여부에 가깝다”며 “실거주 공제가 유지된다면 실제 세 부담 변화는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쟁점은 단순해졌다. ‘폐지냐 유지냐’의 문제가 아니라 ‘보유 공제를 어디까지 줄일 것이냐’의 문제다. 하지만 시장은 정책의 세부 설계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반영한다. 이 지점에서 불확실성은 곧 위험이 되고, 위험은 거래를 멈추게 하는 요인이 된다.
정책 신호가 시장에 전달되자, 서로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매물 증가 가능성이다. 장기 보유로 큰 시세 차익을 확보한 고가 주택 보유자들, 특히 은퇴를 앞둔 고령층은 세제 변화 전에 매도에 나설 유인이 커진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이나 한강 벨트의 장기 보유자들은 절세 목적에서 정책 시행 이전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고령층은 자산 정리 수요와 맞물려 매도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바로 ‘매물 잠김’이다. 세금이 늘어나면 거래는 위축된다. 집을 팔고 상급지로 이동하려던 1주택자는 증가한 세금 부담을 고려해 거래를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우병탁 팀장은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갈아타기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는 거래량 감소와 함께 매물 잠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는 ‘실거주 전환’이다. 비거주 상태에서 보유 공제 혜택이 줄어들면 전세를 놓아두고 기다릴 유인이 약해진다. 결국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선택이 늘어나고, 이는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장특공제 구조 변화는 매매시장뿐 아니라 임대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전세 공급 감소는 또 다른 가격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하나의 세제 변화가 매매·전세 시장을 동시에 흔드는 다층적인 파급을 낳는 구조다.
투기를 억제하고 실거주 중심 시장을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와, 거래 활성화와 시장 유동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가 정면으로 맞부딪친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실거주하지 않는 보유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장특공제가 단순한 혜택을 넘어 거래를 유지시키는 장치로 작동해왔다는 시각이 강하다.
함영진 랩장은 “장특공제는 세 부담을 줄이는 기능뿐 아니라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를 유도하는 역할도 해왔다”며 “이를 급격히 조정할 경우 시장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처럼 거래량이 감소하는 국면에서는 정책의 작은 변화도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관망으로 돌아서고, 이는 거래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이 의도한 ‘매물 유도’가 아니라 ‘시장 정지’로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특공제 논의는 예상보다 파급효과가 크다. 세금 몇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 전반을 바꿀 수 있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첫째, 거래량 감소 가능성이다. 세 부담이 커질수록 매도와 매수 모두 신중해진다. 이는 중개시장 위축, 관련 산업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전세 시장 불안이다. 실거주 전환이 늘어나면 전세 공급이 줄어들고, 이는 전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는 그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셋째, ‘똘똘한 한 채’ 현상의 강화다. 세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다주택 회피와 핵심 자산 집중이 강화된다. 이는 지역 간, 자산 간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넷째, 정책 신뢰도의 문제다. 세제는 예측 가능성이 핵심인데, 명확한 로드맵 없이 던져진 메시지는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이는 향후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시장이 과민 반응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보유 공제 축소라는 방향 자체는 일정 부분 설득력을 가진다. 실거주 중심 과세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책은 방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방향을 어떻게 구현하느냐, 즉 ‘디테일’이 결과를 결정한다. 우병탁 팀장은 “세제 변화는 시장 참여자의 행동을 직접 바꾸는 만큼,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며 “단계적 적용과 명확한 기준 없이 접근하면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다. 실거주자는 보호하면서도 보유만으로 얻는 과도한 혜택은 줄이는, 미세한 균형의 설계다. 세금은 칼과 같다. 무디면 효과가 없고, 지나치게 날카로우면 시장을 베어버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메시지가 아니다. 그리고 그 설계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도 의도한 방향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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