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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가 경쟁 피하고, 선별수주 하려는 이유

Mr.리퍼비시먼트읽는 데 약 3

공사비를 더 준다는데도 입찰장이 비는 장면이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건설사가 공사만 맡는 게 아니라, 사실상 자금조달 책임까지 함께 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설사는 공사비만 보지 않습니다. 이윤이 얼마나 남는지, 금융부담이 얼마나 커지는지, 우발채무가 얼마나 쌓이는지, 브랜드 가치에 도움이 되는 사업인지까지 함께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비가 커지고, 필요한 이주비 규모가 커진 것도 최근 건설사들의 행보가 달라지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이 2026년 전략으로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앞세운 선별 수주를 내세우는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1. 공사 따는 싸움이 아니다, 돈 끌어오는 싸움이 됐다

정비사업은 공사비 하나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각종 용역비와 운영비가 들어가고, 이주 단계에서는 이주비가 필요하고, 착공 뒤에는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본격적으로 붙습니다. 한 단계만 막혀도 뒤가 전부 흔들립니다.

시공사 선정은 단순한 공사 계약이 아니라, 자금조달 능력을 함께 끌어오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결국 수주 한 건은 공사를 하나 더 따오는 일이 아니라, 회사의 신용과 자금 여력을 어디에 배분할지 정하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건설사는 수주 여부를 볼 때 공사이익만이 아니라 사업 전 과정에서 생길 금융 부담까지 같이 계산하게 됩니다.

이 구조에서는 지방이나 소규모 사업장이 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자금 흐름은 결코 가볍지 않은데, 분양성과 회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불확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이익은 크지 않은데 신용은 많이 써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2. 우발채무는 숫자가 아니라 위험이 됐다

건설사들이 요즘 가장 민감하게 보는 것은 우발채무입니다. 회계상으로는 당장 확정 부채가 아닐 수 있어도, 시장은 이를 “사업이 꼬이면 실제 부담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으로 봅니다. 금융당국이 2024년 건설사 PF 우발부채 공시를 더 잘 보이게 손본 것도 그만큼 이 항목이 실질 리스크로 읽히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태영건설 사례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2023년 말 워크아웃 위기 당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본 것도 PF 우발채무였습니다. 미착공 현장의 지방 비중이 높다는 평가까지 겹치면서, 우발채무가 실제 유동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선명해졌습니다.

이 사건 이후 건설사들의 시선은 더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발채무는 더 이상 재무제표 주석에 적히는 숫자가 아니라, 잘못 쌓이면 회사를 흔들 수 있는 위험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주전에서도 공사비보다 금융노출을 먼저 따지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3. 이주비가 막히면 공사비도 의미가 없다

최근 현장에서 더 예민해진 변수는 이주비입니다. 정부가 10.15대책을 통해 이주비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그마저도 고가주택은 더 낮게 통제하면서, 건설사들이 별도로 제공하는 '추가이주비'의 필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기본 이주비만으로 조합원 자금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현장이 늘면서, 시공사의 신용이나 금융주선 능력이 사실상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진 것입니다.

결국 공사비를 얼마에 맞추느냐보다, 이주비를 포함한 자금 흐름을 실제로 붙일 수 있느냐가 먼저가 됩니다. 이 말은 조합이 봐야 할 기준도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설계와 브랜드만으로는 사업이 앞으로 가지 않습니다. 이주비와 본사업비를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인지, 그 부담이 얼마나 길게 남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4. 알짜 몇 곳만 잡아도 실적은 역대 최고가 된다

건설사가 굳이 소모적인 경쟁을 줄이려는 또 다른 이유는, 개별 사업지의 몸집이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2025년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48조665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현대건설은 10조5105억원, 삼성물산은 9조238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상위 두 회사가 전체의 40% 안팎을 가져갔다는 점이 상징적입니다.

건당 규모도 커졌습니다. 2025년 10대 건설사의 건당 평균 수주액은 약 6576억원으로 전년보다 49% 늘었고, 서울 수주액만 33조2418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정도면 예전처럼 많은 현장을 따와야 실적이 나는 시장이 아니라, 서울 핵심지의 큰 사업 몇 곳만 잡아도 연간 실적이 크게 뛰는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계산이 달라집니다. 자금조달 부담은 커졌고, 우발채무는 더 민감한 리스크가 됐는데, 알짜 사업지 몇 곳만으로도 충분한 실적을 낼 수 있다면 굳이 여러 현장에서 홍보전과 조건 경쟁을 벌일 이유가 줄어듭니다. 이 대목에서 선별수주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에 가깝습니다.

5. 선별수주 대상이라도 되면 다행

지금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주를 많이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자금조달 부담은 커졌고, 우발채무는 민감한 위험이 됐고, 알짜 사업지 몇 곳만으로도 실적을 충분히 낼 수 있습니다. 이 조건이면 홍보 경쟁과 수주 경쟁에 비용을 많이 쓰는 것보다, 이윤과 금융부담, 브랜드 가치를 종합적으로 따져 될 만한 사업지만 고르는 쪽이 더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최근 입찰 시장의 냉각은 단순한 소극성이 아닙니다. 자금조달 책임까지 함께 지는 구조가 사업비 확대라는 현상과 만나면서 수주 판단이 훨씬 보수적으로 바뀐 결과에 가깝습니다. 지방이나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이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좋고, 자금조달 능력도 좋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에 대한 선호는 갈수록 심화되는데, 이들 건설사들은 이제 지방엔 거의 눈을 돌리지 않는 분위기 입니다.

이런 건설사들의 행보를 이해하고 나면, 이제 시공사 입찰과 수주전이 또 달리 보이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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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로렐라이 · 2026년 6월 27일

    될만한 사업지만 고르는게 현명하긴 한거같아요.. 자금조달이 쉽지 않으니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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