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들 외곽 말고 강남부터 던졌다…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이유는
보더콜리읽는 데 약 2분


다주택자가 가장 안 좋은 외곽의 집부터 팔 것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오랜 공식이 무너졌습니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이른바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가 2년 만에 일제히 하락 전환하는 역설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학습효과를 배반하고 있는 2026년 봄의 부동산 시장. 도대체 무엇이 다르고, 왜 강남이 먼저 흔들리는걸까요.
'불패 강남'의 붕괴와 쏟아지는 매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주택시장 중심지인 강남구(-0.06%), 송파구(-0.03%), 서초구(-0.02%), 용산구(-0.01%)가 약 2년 만에 동반 하락 전환한 이후 그 추세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반면 노원·도봉·강북 등 변두리는 오히려 봄 이사철 수요가 물리며 제한적 상승세를 이어가거나 견조한 호가를 유지하는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의 매물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1만 4000건 폭증했는데, 그 중심에 강남권이 있습니다. 송파구 매물이 37.7% 늘어난 것을 필두로, 서초구(21.8%), 강남구(18.8%)에서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반면 강북구 매물은 오히려 6.1% 줄었습니다.
초고가 단지의 가격 방어선도 무너졌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 59㎡는 직전 최고가 대비 약 4억 원 낮은 41억 5000만 원에 거래됐고,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1월 31억 원대에서 최근 23억 8200만 원으로 주저앉았습니다.
"5억 원을 벌어도 내 손에 쥐는 돈이 1억 5000만 원도 안 될 수 있다는 공포가 '마지막 보루'를 팔게 만들었습니다." 강남권 공인중개사의 말이 실감납니다.
왜 하필 똘똘한 '강남'인가… 세제·대출·심리의 삼중고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외곽 주택부터 처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지금 강남부터 매물이 쏟아지는 데는 세 가지 교차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강남에 집중된 '세제 충격'과 절세의 스케일입니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강남권 다주택자는 최고 82.5%에 달하는 실질 세율을 적용받고,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마저 완전히 배제됩니다.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의 절세액 규모 자체가 외곽 소형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비싼 대마'를 먼저 던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둘째, 대출 규제(LTV 0%)가 만든 유동성 함정입니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 대출 전담 조직을 가동하며 고가 주택에 대해 사실상 LTV 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십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살 수 있는 매수자 풀은 극도로 제한적입니다. 풍부한 유동성 장세였던 과거와 달리, 고금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겹친 상황에서 매도자가 호가를 수억 원씩 내리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돈줄 마름' 현상이 강남을 덮쳤습니다.
셋째, 무너진 '버티기 심리'와 FOBO 현상의 확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 연장은 없다", "예외 없음"을 직접 선언하고 대규모 매물 출회 가능성을 못 박으면서 "어차피 또 연장될 것"이라는 다주택자들의 학습된 기대가 붕괴했습니다. 이에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사면 내일 더 싸게 나올 것"이라는 FOBO(Fear of Better Option) 심리가 확산되어, 강남 주요 단지의 거래량이 3분의 1 토막으로 급감하는 거래 절벽을 야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차이점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양도세 중과는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강남 집값 폭등'이었습니다. 당시와 지금의 결정적 차이는 '퇴로의 명확성'과 '정책의 입체성'에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금융 환경이 완화적이었고 세제 위주의 단편적 규제였기에 다주택자들이 증여나 버티기로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확고한 데드라인(5월 9일)과 함께 자금줄(대출)을 원천 봉쇄하여 버틸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행정 소요 기간(약 1개월)을 고려할 때, 3월 초에서 4월 중순이 아파트 가격 추세 변화의 1차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5월 9일 데드라인 전까지 강남권의 매물 출회와 가격 조정 압력이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변곡점은 5월 9일 이후입니다. 시장 소화력을 넘어선 매물들이 기한 내에 팔리지 못하면 다시 '강제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양도세 인상만 단독 추진될 경우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가격이 반등하는 과거의 실패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가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비용이 발생하는 '보유세 개편(인상)' 카드가 병행되는지 여부가 하반기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키입니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 결과도 주시해야 합니다.
지금의 강남 하락은 단순한 약세장이 아닙니다. 정책, 세제, 금융 환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만들어낸 거대한 구조적 전환점입니다. 다주택자들의 다급한 던지기가 '일시적 소나기'로 끝날지, '장기 빙하기'의 서막이 될지. 시장은 5월 9일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함께 보면 좋은 글
강(江)변말고 천(川)변은 어떨까요?
도땅25. 06. 11.

내 집 마련이 목표라면 전세말고 월세사세요
베리스24. 01. 25.

토지거래허가구역, 외곽지 정비 발목 잡는 '주범'
Mr.리퍼비시먼트25. 02. 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