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갈래 갈림길에 선 다주택자의 시간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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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이 확정되면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5월 9일까지 3개월 정도밖에 여유가 없습니다. 매도로 결정할 경우 잔금까지 치르는 데는 최장 6개월 여유가 생겼지만 계약은 5월 9일까지 끝내야 합니다. 파느냐, 버티느냐의 갈림길입니다. 이참에 자녀에게 물려주는 증여도 있습니다. 다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갈래 길입니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면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중과됩니다. 지방세까지 합치면 최고 세율이 82.5%에 달합니다. 10억을 벌어도 8억 넘게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느 길이 나을까요. 사례로 시뮬레이션해봅니다. 현재 시세 30억원 아파트를 갖고 있는 2주택자가 10년 전 8억원에 사서 현재 15억원까지 오른 다른 주택을 처분하는 세가지 방식별 세금을 따져봅니다.
매도, "중과 소나기 피한다"
가장 깔끔한 방법은 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리스크 헤지’입니다. 중과 배제 기간 내에 매도하면 기본세율만 적용받고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 혜택도 챙길 수 있습니다. 세금을 털어내고 현금을 쥐면 향후 금리 인하 시기에 맞춰 새로운 우량 자산(똘똘한 한 채)으로 갈아탈 실탄을 확보하게 됩니다. 복잡한 세금 계산에서 해방되는 심리적 안도감은 덤입니다.
중과 부활 전에 팔면 10년 보유에 따른 20%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누려 양도세가 2억1800만원입니다. 8억 시세차익에 실제로 남는 건 4억8200만원입니다.

중과 이후에 팔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없어지고 42%이던 세율이 20%포인트 오른 62%로 올라가면서 양도세가 4억3600만원으로 두배로 치솟습니다. 남는 게 2억6400만원으로 확 줄어듭니다.
문제는 ‘누가 사느냐’입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습니다. 급하게 팔려면 호가를 낮춰야 하는데, 이는 ‘헐값 매각’을 의미합니다. 양도세를 아끼려다 오히려 자산 가치를 깎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팔면 다시는 서울 상급지에 못 들어온다"는 포모(FOMO) 심리도 매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매도하겠자면 보유 주택 중 ‘못난이’를 가지치기하는 게 낫습니다. 인기지역 ‘똘똘한 한 채’가 될 수 있는 집을 던지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일 수 있습니다.
매도할 생각이면 시세보다 과감하게 낮춰 팔아도 됩니다. 시세보다 2억원을 낮춰 13억원에 팔면 양도세가 1억4600만만원입니다. 3억5300만원 남습니다. 그래도 중과보다 1억원가량 더 손에 쥡니다.
버티기, "오래 가면 세금 눈덩이"
"어차피 정권은 또 바뀌고, 정책도 바뀐다." 문재인 정부 때의 학습 효과에 따른 전략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당장은 세금이 무거워도, 5년, 10년을 내다보면 집값 상승분이 세금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입니다. 또 정치 변화에 따라 양도세 중과 폐지나 종부세 완화 같은 호재가 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면 임대료 상승을 통해 보유세를 버틸 체력을 비축할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양도세 중과를 피해 매도했던 다주택자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그 이후 집값 급등과 정권 교체 후 중과 중지를 보고 속을 끓였습니다.
버태기의 단점은 ‘보유 비용’입니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는 시점은 곧 공시가격 현실화와 맞물려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지는데 매년 수천만 원, 많게는 억 단위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의미합니다. "월세 받아 세금 내기도 벅차다"는 비명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30억원과 15억원 2주택자의 보유세가 2000만원 정도입니다. 15억 주택을 팔고 30억원 1주택이 되면 700만원 정도에 그칩니다. 2주택 보유로 1300만원의 세금을 더 내는 것입니다. 보유세가 늘어 세금 부담이 훨씬 더 커진다면 한두해도 아니고 여러해를 버틸 수 있을까요. 3년이면 5000만원이 넘을 것입니다.

가격이 많이 오르면 버티는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중과가 살아있다면 많이 올라도 대부분 세금으로 나가고 실제로 남는 건 많지 않습니다. 올라봐야 나라 좋은 일만 시키는 셈입니다. 위 사례에서 지금 시세 15억원이 앞으로 5억원 더 올랐을 때 팔더라도 양도세가 3억5000만원 정도 더 늘어납니다. 실제 시세차익은 1억5000만원 늘어나는 것인데 그 사이 보유세 등 감안하면 남는다고 하기 어렵겠죠.
버티는 보람은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세제가 완화될 때입니다. 중과가 없어지고 보유세가 가벼워지는 경우 말입니다. 그러러면 정권이 바뀌어야겠죠.
버티기는 ‘현금 부자’의 영역입니다. 은퇴 생활자나 현금 흐름이 막힌 다주택자가 섣불리 택했다가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체력이 안 되면 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증여, "‘세금’이 피보다 진하다"
이참에 자식에게 물려줄까. 자녀를 둔 다주택자가 마지막으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증여’입니다. 자녀에게 미리 자산을 넘겨줌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다주택자 신분에서 벗어나 보유세 부담도 낮출 수 있습니다. "남 좋은 일(세금) 시키느니 내 자식에게 준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세금만 갖고 따지면 증여의 세금 부담이 가장 큽니다. 우선 전세 보증금이나 대출을 끼고 물려주는 부담부증여를 할 수 없습니다. 부담부증여는 증여금액이 채무만큼 줄기 때문에 증여세를 줄일 수 있습니다.
부담부증여를 할 수 없는 것은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입니다. 단순 증여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부담부증여는 채무(대출이나 보증금 등) 인수라는 사실상의 대가가 수반되는 것이어서 토지거래허가대상입니다. 부담부증여를 통해 받는 주택에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다면 수증자가 실거주할 수 없어 실거주라는 토지거래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서울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단순 증여만 가능합니다. 시세 15억원 주택을 증여할 경우 증여세가 4억700만원입니다.앞서 봤듯 중과 적용 받았을 때의 양도세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증여받은 자식은 취득세를 내야하는데 취득세 세율이 일반세율의 4배인 12%에 달합니다. 다주택자에서 증여받을 경우 중과되기 때문입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 증여하다 취득세 중과를 만나는 격입니다. 15억원 증여 취득세가 1억8600만원입니다. 증여세와 합치면 5억9300만원입니다.
어떤 선택이 유리할지는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미래의 정치·시장을 예상하는 안목이 필요하고 경제력과 가족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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