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함부로 열지 마라! 법이 대기 중이다.

양콩읽는 데 약 3

몇 년 전, 친한 중개사가 형사고소를 당했다.

원룸 임대 관리를 맡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않고 연락도 끊겼다.

답답해진 임대인이 저녁 무렵 문을 따고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는 인근 술집에 있던 중개사를 불러냈다.

술자리를 접고 달려간 중개사는 현장에 도착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대치 중인 상황을 마주했다.

"아니, 왜 월세도 안 내고 연락도 안 받으세요? 서로 잘 해결하세요."

라고 말하며 신발을 벗으려는 순간, 임차인이 소리쳤다.

"어딜 들어와! 당장 나가세요!"

그리고 바로 폰을 눌러 경찰을 불렀다.

도움을 요청받아 간 중개사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중이었고 그 장면이 고스란히 임차인의 휴대폰에 찍혔다.

결국 임대인은 '주거침입죄', 중개사는 '퇴거불응죄'로 기소되었다.

임대인은 벌금 300만 원, 중개사는 겨우 기소유예로 마무리됐다.

신발 한 짝 벗은 게 '퇴거불응'으로 처벌될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또 다른 중개사에게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타지역으로 이사 가는 집이 있었는데, 고3 수험생 자녀만 수능이 끝날 때까지 원룸에 남기로 했다.

시험이 끝나고 학생이 "오늘 짐 뺍니다"라고 임대인에게 연락하자,

그날 저녁 임대인과 중개사가 '이제 비었겠지' 하고 방문하였다.

벨을 누르니 조용했다. 만능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아직 이사를 나가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다 놀란 학생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주거침입죄였다.

합의금 50만 원을 제시했지만, 상대는 200만 원을 요구했다.

결국 서로 맞고소 이야기가 오가다 겨우 봉합됐다.

그리고 이번엔 나의 이야기다.

딸아이가 대학 시절 학교 근처 원룸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다.

보일러가 고장 나서 임대인에게 연락했더니, 며칠 후 그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 지금 집에 있나요? 한번 가보려구요."

"지금 수업 중일 거예요."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제가 와서 봤는데요. 사용법을 잘 몰랐던 거 같네요. 고쳤으니 이제 괜찮아요."

어라? 아이랑 통화했느냐 물으니, 그는 태연히 말했다.

"만능키가 있어서 따고 들어왔어요."

순간 등줄기가 싸늘했다.

혼자 사는 여대생의 집에 남성 임대인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다니.

딸이 이사할 때까지 문틈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 후 계약기간이 만료되고도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자.

나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준비했다.

접수 다음날, 임대인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어머니! 아이 지금 집에 있나요? 한번 가보려구요."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유, 짐을 아직 안 빼셨네요. 짐을 빼야 집이 잘 나가요."

"혹시 지금 들어가신 거예요?"

"그럼요. 만능키가 있으니까요."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법은 알면 강하지만, 모르면 대책이 없다.

임대인뿐 아니라 중개사들도 '비번을 받았으니 괜찮겠지' 하는 순간,

법의 경계선을 넘을 수 있다.

아무리 공실이라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다면,

그 공간의 점유권은 여전히 임차인에게 있다.

이 사실을 잊은 채 동의 없이 문을 열면 '관리'가 아니라 '침입'이 된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는 이렇게 규정한다.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신체의 일부만 들어가도 침입으로 본다.

엘리베이터, 계단, 복도, 정원 등 '주거를 구성하는 공간'도 모두 해당된다.

무심코 문틈을 밀었는데, 그게 곧 범죄의 시작일 수 있다.

우리는 늘 손에 열쇠를 쥐고 산다.

하지만 그 열쇠는 '소유'의 상징이 아니라 '동의'의 약속이다.

허락 없이 돌아가는 순간, 누군가의 불안과 불만을 마주하게 되고

결국 그 너머에는 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댓글 26

  • 봄호랑이 · 2025년 10월 30일

    와... 여자 혼자 사는 집을 만능키로 따고 들어가다니 요즘같은 세상에 미쳤네요. 정말 이런건 엄히 다스려야 합니다!

  • 아아정복 · 2025년 10월 30일

    진짜 범죄는 없어져야 하는데 ㅠㅠ 무섭고 흉흉하네요

  • 현맘이 · 2025년 10월 30일

    왜 여자들만... 딸키우는 맘은 너무 속상하고 화나네여ㅠ

  • 박하맛 · 2025년 10월 30일

    생각보다 주거침입의 범위가 넓네요

    엘베랑 계단도 라니......

    글고 문만 밀어도 침입으로 볼 수 있다니 알아둬야겠어요

  • 호잇 · 2025년 10월 30일

    계단까지도 주거침입인줄 몰랐어요 ...! ㄷㄷ 무섭네요

  • 청라룡 · 2025년 10월 30일

    저도 혼자 살때 마스터키로 들어올수 있다는것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적이 있었네요..ㅠㅠㅠㅠ

  • 베테랑킴 · 2025년 10월 30일

    진짜 관련해서 법도 잘 알아야하죠. 원래 그랬으니.. 라고 하면 안되고 정말 잘 알아봐야합니다.

  • 미니멀부자 · 2025년 10월 30일

    주거 침입의 범위도 잘 알아야지 아니면 정말 큰 손해 있을 수 있겠습니다.

  • 말차우유 · 2025년 10월 30일

    그쵸. 보증금 돌려받기 전에는 일단 세입자 집인 건데 집주인 맘대로 왔다 갔다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 스위티자몽 · 2025년 10월 30일

    별별 일이 다 있네요. 저도 오래 전세 거주했는데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거든요. 이런 게 바로 사생활 침해 아닌가요?

  • 눈사라밍 · 2025년 10월 31일

    진짜 별의별일이 다 있네요 무섭습니다ㅠㅠ

  • 포근포근쿠키 · 2025년 10월 31일

    와 이게 맞는 건가요? 저는 진짜 이런 일이 전혀 없었어서..

  • 와사비 · 2025년 11월 1일

    신발 한 짝 신체 일부도 임차인 허락 없이 들어가면 이제 문제가 되는군요

  • 새우깡 · 2025년 11월 1일

    중개사뿐 아니라 임대인도 임차인 동의 없이 들어가면 문제가 되는 군요

  • 봄호랑이 · 2025년 11월 2일

    그러니까요 여자 혼자 사는 것도 무서운데 저런 일까지 있다니 화납니다

  • 봄호랑이 · 2025년 11월 2일

    은근히 저런 일이 자주 일어나더라고요 커뮤에서도 저런 글 꽤 봤어요

  • 빅토리아 · 2025년 11월 3일

    에고 ㅜ진짜주거침입 너무 무섭네요 ㅠㅠㅠㅠ. 여자 혼자 살기에 너무 힘든세상아닌가요

  • 아기새 · 2025년 11월 3일

    참 진짜 너무 무서운거 같아요 ㅠㅠㅠ. 동의 없ㅇ 들어가는거 다 주거침입이 되니까요ㅕ ㅠㅠㅠ.

  • 펜트하우스 · 2025년 11월 3일

    주거침입의 범위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네요 더 놀라운건 마스터키의 존재네요 아이가 잇냐는 질문도 무섭지만 그렇가고 마스터키로 들어올줄은 전혀 생각못했어요

  • 미니멀부자 · 2025년 11월 4일

    저도 이정도의 범위인지 몰랐어요 ;; 정말 법관련으로는 잘 알아봐야하는거네요

  • 미니멀부자 · 2025년 11월 5일

    마스터키.. 이런 부분 따로 뭐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 너무 불안할거 같아요..

  • 베테랑킴 · 2025년 11월 10일

    이거 정말 불안할거 같아요.. 누군가가 나도 모르게 들어올 수 있다.. 생각하면 정말..

  • 아아정복 · 2025년 11월 11일

    진짜 무슨생각으로 막 들어가는걸까요

  • 뽀뽄 · 2025년 11월 11일

    만능키라도 동의 없인 위험하겠어요. 아찔한 경험담과 중요한 교훈 얻어갑니다!

  • 베키 · 2025년 11월 12일

    보증금 반환 전까지 임차인의 점유권이 우선한다는 점, 다시금 법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 눈사라밍 · 2025년 12월 5일

    진짜 법도 아는사람이 써먹는다고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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