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헌집줄께 새집다오 (feat. 14억 미국집의 민낯, 역시 투자는 한국아파트??!!)
엘레이맘읽는 데 약 4분


마치 돌로 지은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나무외벽
🌲 왜 미국은 나무로 집을 지을까?
미국에 오기 전부터 늘 궁금했다.
“왜 미국 사람들은 나무로 집을 지을까?”
한국에서 집이라 하면 떠오르는 건 단단한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다.
튼튼하고 오래가며 방음까지 잘 되는 구조.
그런데 미국에서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급 주택도 대부분 나무로 지어진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그렇다.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타운하우스로, 겉보기엔 깔끔하고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미국 집이 대부분 나무로 지어지는 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해마다 이민자 유입이 많은 지역은 주택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뚝딱뚝딱 빨리 짓는 집”이 꽤나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지진이다.
캘리포니아는 지진이 잦은 지역이라 나무 구조의 집이 많다.
나무는 콘크리트보다 훨씬 유연하게 흔들림을 흡수하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무너지지 않고 충격을 분산시켜 준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고층 아파트나 고층 건물이 거의 없다.
대신 넓은 마당과 개성 있는 외관을 가진 단층 또는 복층 주택이 대부분이다.
이런 구조는 분명 장점도 많지만, 최근 LA 산불을 겪으면서 나무집에 대한 화재 불안감을 쉽게 떨칠 수 없게 됐다.
지진에는 유연할지 몰라도, 화재에는 너무나도 취약하다.
특히 나무 구조 특성상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번지기 때문에, 겉은 멀쩡해 보여도 마음 한편은 늘 불안하다.

발암물질인 유리섬유를 단열재로 쓴 화장실 내벽ㅠ
💧 물방울 한 방울에서 시작된 대공사
주말 오후,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
‘톡...톡...’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위층을 올려다봤다.
우리 집은 복층 구조로, 부엌 위는 마스터 베드룸의 화장실이다.
그때 아이들이 욕조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물이 중간 배수구를 타고 어디론가 새어 아래층 부엌까지 흘러내린 것이다.
바로 집주인에게 연락했고, 수일 후 배관공이 도착했다.
그런데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건 화장실 전체를 리노베이션하셔야 해요.”
배관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방수층이 완전히 망가져서 단순 보수로는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20년 넘은 집이고, 이전 세입자들이 관리를 소홀히 했던 탓에
물이 나무 속을 타고 아래층까지 스며든 것이다.

타일을 붙이기 위해 시멘트칠한 내벽 시멘트를 꽉꽉 채웠으면 좋았으련만...
💸 플러머, 공사, 스트레스
플러머를 부르는 일 자체가 미국에선 ‘큰일’이다.
출장비만 해도 기본이 100달러 이상이고, 급한 일이 아니면 며칠에서 몇 주를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게다가 정해진 시세가 없다 보니, 누구를 부르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비싸게 불러도 작업 완성도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미국에 20년째 살고 있는 지인은 콘도에 거주 중인데,
건물 특성상 배관이 위아래 세대와 연결되어 있어
문제가 생겨도 마음대로 손쓸 수가 없었다.
공사를 하려면 HOA(건물 관리조합)의 승인이 필요한데,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결국 그는 무려 6개월 동안 물 새는 화장실을 임시로 막아가며 참아야 했다.
또 다른 지인은 샤워 중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고생했는데,
알고 보니 집주인이 비용절감을 위해 무면허 기술자를 고용해 설치한 보일러가 문제였다.
전문 지식 없는 시공이 부른 참사였다.
그리고 다른 지인은 지난겨울 우기때 천장에서 비가 새서 거실 바닥에 대야를 깔아놓았다고 한다.
“우기 시즌엔 천장에서 비 새는 집, 생각보다 흔해요.”

공사기간동안 카페트 바닥에 올라와있었던 변기 ㅠㅠ
🛠 한 달간의 대공사, 그리고 불안
다행히 우리 집 집주인이 공사를 승인해 줬고,
곧 한 달간의 대공사가 시작됐다.
벽을 뜯고, 썩은 나무를 걷어내고, 새 방수층을 깔고, 타일을 붙였다.
공사 기간 동안 먼지와 소음 속에서 살았고,
낯설고 말 안통하는 히스패닉 일꾼들과 하루 8시간을 한공간에 있어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새 욕실이 완공된 후에는 확실히 편해졌지만,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집이 내가 직접 산 집이었다면? 혹은 투자용으로 구입해 세를 준 집이었다면?”

타일작업까지 3주 넘게 걸린 화장실 공사
📉 투자자로서 바라본 미국 집의 민낯
나는 언젠가 한국에 있는 집을 기반으로, 한국이나 미국 어디든 투자용 부동산을 하나 더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미국은 세계 경제 1위 국가고, 인구도 많고 소비력도 크다.
부동산 투자처로서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따져보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미국에 살면서 직접 관리할 수 있다면 모를까,
한국에 있으면서 미국 부동산을 보유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관리 리스크가 따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매매가가 약 14억 원이고,
나는 매달 400만 원이 넘는 렌트비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천장에서 물이 새고, 공사를 몇 주나 해야 하고, 플러머 하나 부르는 일조차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작은 방 화장실에서 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드디어 완성된 화장실!! 근데 샤워기 헤드가 계속 돌아간다 ㅠㅠ
🏠 결국, 다시 생각하게 된 한국 아파트
결국 나는 다시 한 번 ‘한국 아파트’라는 선택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관리가 체계적이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고 깔끔하게 해결되는 한국 시스템이
어쩌면 더 안정적이고 마음 편한 투자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투자는 결국 마음 편한 쪽이 왕도라고 하지 않던가.
🌸 뉴글 인기 콘텐츠 더 보기
댓글 12
키득 · 2025년 3월 24일
그래도 빨리 해결되어서 다행이네요
나나나 · 2025년 3월 24일
마지막 한 줄이 엄청 와닿네요 !!
나안아... · 2025년 3월 24일
목조 건물이 많다는건 이번 LA 산불 통해서 알게됐는데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ㅠㅠ 물 새는것까진 생각 못했는데 진짜 스트레스 받으셨겠어요ㅠㅠㅠ,, 이렇게보니 한국 아파트기 좋은것 같기도 하네요ㅎㅎㅎ
우린깐부 · 2025년 3월 24일
그래도 비교적 빨리 해결 되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저런 곳이 14억이나 하다니 정말 한국과는 비교되네요^^; 걱정이 많으셨겠어요~~~아메리칸 드림을 생각했지만 엘레이맘님 글 덕분에 현실을 많이 깨닫고 갑니다^^*
미라클모닝 · 2025년 3월 25일
국내나 해외나 업체선정 잘못하면 정말 피곤하죠...화장실 깔끔하다 했는데 헤드가 돌아간다니
재규어88 · 2025년 3월 25일
시골에다가 별장 하나 만들었는데 목조와 철콘 고민하다 가격적인 면에서 저도 목조주택 선택했습니다 관리만 잘하면 가성비는 목조주택을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다만 집 지을 때 지붕, 화장실, 발코니 방수는 신경 많이 써야 하긴 합니다 화장실만 좁혀셔 본다면 화장실 샤워기 수전 타공 등등 타일 뒤편으로 물절대 넘어가게 하면 안되고 수전자리 타공후 실리콘 마감도 꼭 해야 합니다(타일전 방수, 타공자리 방수칠) 그래야 관리 잘 안해도 최소 십년은 편합니다
웃으면된다고생각해 · 2025년 3월 25일
특유 감성 잇어서 목조주택 로망잇엇는데ㄷㄷㄷㄷ저런 단점이 잇는지는 몰랏네..;; 진짜 화장실 방수 중요하긴할듯요;;;난 닥치고 살던데나 살아야겟다 저런거 고치다가 혈압올라 쓰러질듯
토닥핑 · 2025년 3월 26일
가끔 미국 주택 건설 업체 웹사이트 구경하곤 하는데 현재 건설중인 목조주택 조감도나 평면도 입면도 올라와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건축 디자인도 알 수 있구요 ㅎㅎ
샤인머스캣 · 2025년 3월 26일
아~~~~그래서 심즈 하다보면 거의 다 목조건물였던 거군요!!!!🤣심즈하면서 미국집 로망이 있었는데 목조주택만의 감성 있긴 한 것 같아요!!ㅎㅎㅎ저같이 둔한 사람들은 관리하기 힘들겠지만요,,
엘레이맘 · 2025년 3월 30일
결국 남편이 다른 헤드로 교체해고 문제가 해결됐어요😅
엘레이맘 · 2025년 3월 30일
꼼꼼한 마감이 핵심이군요 감사합니다!
엘레이맘 · 2025년 3월 30일
혹시 추천하는 사이트 있으신가요? 흥미로운데요^^
함께 보면 좋은 글
상계주공5, 개포경우현이 안타까운 이유(feat. 추정분담금)
Mr.리퍼비시먼트24. 09. 15.

압구정이 서울 최고 입지라 불리는 이유 알고 싶어? (feat.압구정 현대)
부동산에빠지다25. 05. 15.

서울 마지막 금싸라기 노량진 뉴타운(feat. 재개발단지위주로)
부동산에빠지다25. 05.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