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의 뒤통수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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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탁방식을 선호(?)하는 단지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신탁을 선호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초기자금대여 ▲일반인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추진 ▲용역비용절감 ▲소유주 갈등 최소화로 볼 수 있겠습니다.
신탁은 부동산신탁회사를 '지정시행자'로 선정하고 일체의 사업진행을 신탁에 일임하는 형태입니다. 이외에도 조합을 만들고 신탁과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공동시행방식'이나 조합이 별도로 있고 사업에 관한 부분을 신탁에 맡기는 '대행방식'도 있습니다만 거의 채택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탁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초기 사업추진 지원
사실 위에 신탁 선호의 이유를 늘어놨지만, 취재를 해보면 대부분 현장에서 신탁을 '모셔오는' 이유는 더 간단합니다.
"사업 극초기에 지원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재건축에선 '안전진단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법적으론 없는 구조입니다. 구조적으로는 위원장 개인에게 '무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의서'를 걷는 것도 도와줍니다. 동의서 징구를 도와주는 정비업체와 OS업체 입장에서도 신탁과 손을 잡으면 실컷 도와주고 돈 떼먹힐 걱정을 덜 수 있지요.
추진준비위원장 입장에선 수고롭고 돈이 드는 일을 신탁이 다 대신해주니 가마를 타고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실상을 모르는 주민들과 주변에선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능력있는 위원장으로 칭송도 보내지요~
물론 초기단계에서 정비업체와 OS를 쓰는 것도 합법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탁-정비업체-OS를 쓴 단지에선 추진위원장이 신탁과 운명공동체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공짜도 아닙니다. 신탁에선 수수료가 발생하죠. 통상적으로 '조합원분양가+일반분양가'에서 신탁지정 당시 정한 수수료율을 적용해 비용을 산출합니다. 당연히 공사비가 올라가서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가 오르면 신탁수수료도 올라갑니다 ㅎㅎ 신탁수수료율이 2%라고 치면, 총 분양금이 5000억원 현장에서 신탁수수료는 100억원이 됩니다.
앞서 빌려준 돈도 공짜가 아닙니다. 신탁지정 후 초기사업비를 대여하는 것은 합법입니다만 이자율이 6~8%에 달합니다. 초기사업비(약 50억~100억원)에 대한 이자만 해도 빌려준 안전진단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으니 무상으로 빌려줄만 하네요.
그래도 신탁이 전혀 무용하진 않습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용역비용과 공사비용 부분에선 신탁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일회성인 조합과 다르게 신탁은 정비사업 뿐 아니라 위탁시행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업체들과 마주칠 일이 많죠. 그래서 비용면에서 디스카운트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신탁도 자신들의 수수료 비용에 대해 이러한 측면에서 생기는 이득으로 충당이 된다는 논리로 영업을 하고 있지요.
신탁 아니더라도 충분히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소유주들 스스로 신탁이 할 일을 해낼 수 있는 단지에선 신탁이 그렇게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겠지요.
먼저, 사업초기에 동의서를 걷거나 안전진단비용 모금 정도는 충분히 소유주들 내에서 해결을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초기사업비의 경우에도 서울시에선 '정비사업 융자금'제도를 통해 지원을 하고 있지요. 이자율이 4% 미만으로 신탁에 비해 저렴합니다. 사업성이 충분하고 단지규모가 큰 곳에선 용역비용을 시공사 선정 후 지불하는 후불제로 계약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용역비용 절감의 경우에도, 발주단계에서 인센티브제나 VE, CM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신탁이 낼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신탁이 아니더라도 능력있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선정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재밌는 것은 신탁 중에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 등록된 곳(가령 KB부동산신탁)들이 있는데, 이들이 들어간 현장에서 또 별도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신탁 스스로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서의 능력은 부족하다는 반증이겠지요. 신탁 내 정비업 담당자들이 건설사 출신 경력 4~5년 정도의 대리·과장급에 불과하다는 것도 엄연한 '팩트'입니다.
실적 급한 신탁업계, 법률 악용 '현장 가로채기' 늘어
문제는 요즘 신탁들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조합현장'까지 넘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합이 만들어진 곳을 흔들어서 신탁방식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것인데요. 법률을 악용한 것입니다.
2023년 7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보면 27조5항에 해당 조문이 나옵니다.
제2항에 따라 시장ㆍ군수등이 지정개발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ㆍ고시한 때에는 그 고시일 다음 날에 추진위원회의 구성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시장ㆍ군수등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해당 내용을 고시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져 있어도, 신탁방식 동의서를 걷어서 등록만 하면 조합이나 추진위가 별도의 절차없이 해산돼버리는 것 입니다.
어이가 없는 것은 신탁방식에서 다시 조합방식으로 가려면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어서 신탁을 해지하고, 다시 0부터 조합설립 동의서를 걷어서 설립요건(70%)를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입니다.
최근 구로구의 모 현장에선 신탁과 결탁한 조합원이 신탁 동의서를 받아 조합을 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조합이 설립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합원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자 연락처를 요구해 받아 조합원들에게 신탁 동의서를 내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이 만들어져 있느니 신탁이 조력자의 형태로 들어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동의서를 내기도 했다 합니다.
해당 신탁사는 최근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온 곳입니다. 적자로 허덕이는 곳에서 자금지원을 팍팍 해줄 것 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멀쩡한 조합을 강제 해산시키면서까지 신탁으로 전환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결론
신탁이냐, 조합이냐 선택은 소유주들의 몫입니다. 거기서 발생하는 금전적, 시간적 비용도 소유주들이 감내하는 것이지요. 신탁은 비용을 쓰더라도 루틴하게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조합은 자칫 무능한 조합장을 선출하거나, 내부 갈등이 심화할 경우 치명적인 사업지연과 비용증가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신의성실의 원칙은 어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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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도란 · 2025년 3월 3일
나라에 왜이렇게 도둑놈이랑 사기꾼이 많은지 ㅠㅠ
아아한잔 · 2025년 3월 3일
수수료에 비해 해주는 게 없는게 문제임
그래도한걸음 · 2025년 3월 3일
신탁 맡길 시 조합원의 의견이 반영 안되는 리스크도 제법 된다고 합니다
에릭손 · 2025년 3월 3일
갠적으로 신탁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신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봅니다
꿈꾸자 · 2025년 3월 3일
눈 뜨고 코베이는건가요
쿠우올라 · 2025년 3월 4일
.신탁이든 조합장이든 절차를 철저히 지켜보는 게 종요한거 같아요
떡상 · 2025년 3월 4일
신탁은 소유권 들먹이고, 건설사는 유치권 들먹이고 결국 분담금 폭탄으로 조합원들 피눈물 흘리게 만들더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철저하게 깨닫게 해줌
토끼풀 · 2025년 3월 4일
모든 건 신뢰가 문제인 것 같네요 신뢰할 만한조합이 있으면 그게 최고일텐데 그게 아니라 신탁 이용하는걸테니깐요
딸바보 · 2025년 3월 4일
정부에서 신탁 방식을 밀어주는 이유가 있겠지요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4일
신탁사들은 금융사로 분류되는데요~ 자신들이 소속된 금융투자협회를 기반으로 금융조달을 할 수 있는 신탁이 들어가면 초기에 정비업체나 OS가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결탁관계가 해소되고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 낮아질 것이라고 설득한게 먹혀든 결과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신탁과 정비업체·OS가 손을 잡고 시공사에 대해서 그닥 큰 대항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4일
국토부나 정계는 정비사업 실무를 깊게 아는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금투협 세미나 등등 참석해서 설득을 당했던 것입니다.
가가멜 · 2025년 3월 4일
조합원 지위를 자기 재산을 위임하는건데 너무 호의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로라 · 2025년 3월 5일
진행만 잘된다면야 신탁보다 조합에서 직접하는게 젤 좋죠
천사1004 · 2025년 3월 6일
뒷통수가 얼얼한 느낌이네요
준주거종상향 · 2025년 3월 7일
기자님~
괜찮으시면 gtx-b와 gtx-c 지연 이슈에 대해서도 가능할까요?
준주거종상향 · 2025년 3월 8일
신탁사도 최근 사정이 말이 아니긴 할 겁니다.
신탁사도 영업 수주를 통해 회사를 영위해나가죠.
과거 11개였던 것이 지금 14개?가 된 것 같은데,
전국의 사업장은 한정되어 있으니, 영업 팀에서는 점점 리스키한 수주를 할 수 밖에 없죠.
저가로 수주한다거나 과거라면 검토도 않던 위험도 있는 지방 물건에 손을 대겠죠.
책준이란 상품이 생겨나면서 과거와 달리 영업팀에서 채워야 할 목표 금액도 상당량 늘어났을 겁니다.
금리라도 낮거나 시장이 좋던 과거에는 잘 굴러갔는데, 23년부터는 점점 부실화된 사업장도 늘어났을 거구요. 여기에 자기 자본을 쏘는 책준 때문에 신탁사들의 손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정비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도 이 시기와 맞물려 있을 겁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자기자본 비율 규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정비사업을 넣어서 말이 많죠. 7월에 그대로 시행하면 난리날 것 같기도 합니다. MOU 정도 맺고 초기 사업비를 지원하는 것 같은데, 일반 사업장은 단일 시행사니 협의도 빨라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사업이 종료되고 주어진 시기에 신탁 보수도 받겠죠.
반면 정비사업은 분탕치는 사람들도 많으니 시행사가 각 소유주 개인이라고 비유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수주와 실적 채우기는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보수를 제때 받을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전부 신탁사 돈으로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 시공사 선정 후에는 시공사 돈도 들어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느 것이 정답일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10일
다른 건 거의 핑계이고요. 지금 상황에선 사업성 개선(공사비 올리거나 금리 낮추거나) 안되면 사업자(건설사) 수익 안나와서 버티는 것이란게 안팎의 정설입니다ㅎ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10일
요즘 한국 건설사들은 '증액'이 무슨 보장된 권리인 양 구는데 이 병폐를 못 고치면 계약과 신의의 신성함은 바닥까지 추락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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