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주차 전쟁이라면...②(지정 주차제도의 한계)
너구리읽는 데 약 3분


사진 픽사베이
거주지 주차 문제 관련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취재를 많이 했다. 대부분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 얘기는 아파트나 빌라에서 지정 주차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입주 때 지정 주차자리를 배정받으면 주차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입주 때 1대나 2대는 지정 주차자리를 배정받고 2~3대부터는 유료로 돈을 내는 방식이다. 얼핏 보기엔 이상적인 형태의 해결 방식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지인 A씨의 사례는 이렇다. A씨의 아파트에서는 최근 지정 주차제 전환 안건이 올라왔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소 측에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대당 차량 2대씩을 적용하면 방문차량까지 감안해 지정 주차제가 가능하지만 세대당 차량을 3대 이상 보유한 곳도 적지 않아 유료로 전환해도 주차자리 자체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차량을 3대 이상 가진 주민에게 무작정 2대 외 차량은 주차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3대 이상 차량 주차를 유료로 전환했을 때 이를 입주민이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이에 기존에 이미 주민들이 랜덤 주차를 하고 있는 곳은 전환이 쉽지 않은 편이다.
또 다른 사례자 B씨는 자신의 아파트가 지정 주차로 전환됐지만 주민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결국 철회됐다고 한다. 1대까지는 자신의 자리에 주차하지만 2대 이상 차량이 있는 주민들이 2중 주차를 하거나 남의 지정 주차자리에 그대로 차를 대는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교적 최근 건설돼 주차 자리가 넉넉한 신축아파트들은 지정 주차제를 바로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들어보니 이것도 난관이 있다. 주차 공간 넓이나 접근성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주차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한 자리이거나 자신의 진출입 동선과 가까운 주차자리가 배정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부유층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도심의 고급 아파트에서도 주차 분쟁은 발생한다. 특히 부유층일수록 보유 차량이 많아 분쟁 가능성은 오히려 높을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분쟁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001년 분양된 서울의 한 고급 브랜드 아파트는 분양 당시 추첨을 통해 가구당 최소 2대 이상씩의 지정 주차자리를 부여했다. 문제는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호수별로 분양 시점에 배정받은 주차구역을 그대로 써야 한다는 점이다.
이곳 입주민은 자신이 받은 지정 주차자리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협소해 관리사무소 측에 주차구역 변경을 요청했다. 이곳은 전용면적에 따라 지정 주차자리를 배정한다. 40평대에서는 2대, 60평대에는 3대, 80평대는 4대다. 하지만 분양 당시 받은 주차자리를 바꿔줄 수 없다는 것이 관리사무소 측 입장이었다.
관리소 측은 지정자리를 바꾸려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자기 지정 주차자리에 만족하고 있는 입주민이 대부분이라 주차자리 변경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최근 지정 주차제가 도입된 아파트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6개월에 한 번씩 주차 자리를 바꾼다고 한다. 다만 아파트의 모든 입주민들이 이런 방식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정 주차제는 도입은 할 수 있어도 운영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제도인 셈이다.
장기적으로 거주지에서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의 주차 대수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차 대수 1.3대를 충족하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수십년 전 규정으로 이제는 최소 주차 대수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인 주차장.[사진 출처 이코노믹 리뷰]

[사진 출처 KBS뉴스]
한국보다 3배 이상 많은 7800만대의 자동차가 다니는 일본은 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신의 집 또는 사무실로부터 2km 이내에 주차장을 확보해야만 자동차 등록 번호판을 받는다. 덕분에 일본 국민들은 주차전쟁을 치르지 않고 있다. 물론 차량 판매가 급감하고 주차장을 구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적어도 국민들이 주차 전쟁 스트레스를 피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지난 2022년부터 모든 차종을 대상으로 차고 증명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폐지가 거론되는 등 현재까지도 제도가 안착하지 못한 분위기다. 아무래도 일본과 국내 실정이 많이 달라 국내 상황에 맞게 많은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서울 같은 대도시와 제주도의 환경은 많이 다르겠지만 국내에서 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땅은 좁고 인구는 많다. 또 도시에 인구가 집중돼 있다. 경기가 어렵다지만 자동차는 누구에겐 필수품이자, 누군가에게는 사치품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주차 관련 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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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릴리 · 2025년 1월 19일
그래서 그런가 오래된 아파트들은 리모델링 추진하는 곳들도 많더라구요
도란 · 2025년 1월 19일
어딜가든 주차가 문제긴 해요 ㅜ
꿈꾸자 · 2025년 1월 19일
아 그럼 일본은 주택가에 불법주차가 없는거죠? 부러워요
아아한잔 · 2025년 1월 19일
으메 오늘도 집들어오는데 주차전쟁이었음
서우 · 2025년 1월 21일
주차난 없는 곳에 살고파요 집에 늦게오면 주차전쟁 ㅠ 지정석 주차자리 좋다 생각했는데 ㅠ 그것도 아니었네요
비가오잖아 · 2025년 1월 21일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 가능했으나 삐끗되는 거보면
이 아파트공화국에서는 차고지 증명세는 불가능
비가오잖아 · 2025년 1월 21일
일본은 자동차 관련 세금 인프라 고려하면 차 못끌게 하는 느낌임
고민중독 · 2025년 1월 21일
전국구 차고지증명제 시행되면 주차장 업체만 배불리는거죠
청춘이다 · 2025년 1월 21일
주차공간 부족하면 전쟁터죠 차고지 증명제 내륙에 시행하려면 소급적용이랑 공영주차장 엄청 늘린다음에 시행해야할텐데 불가능할것 가텐여
우주밍 · 2025년 1월 21일
만약 시행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회수 내수 실적에도 치명타겠네요
우주밍 · 2025년 1월 21일
한국은 소득과 땅 크기에 비해 차가 엄~~청 많죠 큰차를 선호하기도 하구요 저는 대도시는 차고지증명제를 하면 좋겠다 싶어요
크록스 · 2025년 1월 21일
해야 한다고 보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 이야기 나온다해도 다시 쏙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
키득 · 2025년 1월 22일
인구수는 줄어도 차는 늘어나니 ㅠㅠ 대책이 시급하긴하죠
고려하라 · 2025년 1월 22일
지정주차하려면 주민동의가 90프로 이상 받아야해서 쉽지 않습니다
고려하라 · 2025년 1월 22일
단지 출입구와 가까운 구역일수록 좋은 자리인데 지정주차를 주기적으로 로테이션 할 수도 없고 또 지정주차 차리를 착각해 주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일단 다 떠나서 지정주차에 대한 효용성이나 타당성 관련하여 모든 사람에게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정주차는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생각합니다
고려하라 · 2025년 1월 22일
벌금이 아주 쌥니다 한번 벌금 내면 다신 불법주차할 생각이 안들 정도입니다
고려하라 · 2025년 1월 22일
제주 내 주차장 없는 집은 서럽다고 합니다 땅 없는 서민은 차도 사지 말라는거니 라고 싸우는 분도 봤습니다 (제주도 여행 당시)
행복하자꼭 · 2025년 1월 23일
일찍 들어가는게 답이랍니다~
따나따나 · 2025년 1월 24일
근데 지정주차하면 누가 부재중인지 같은 개인 사생활 노출 및 침해 당할 수도요 전 반대합니다~
집좀사자 · 2025년 4월 9일
이 놈의 주차문제는 정말 맨날 골칫덩이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청년들이 많은 임대주택 같은 건 주차장이 널널한데 구축일수록 심각하더군요.
와사비 · 2025년 10월 11일
지정주차제가 해결책이 될거 같다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완벽한 대안이 될진 모르겠네요 이렇게 보니
새우깡 · 2025년 10월 11일
지정주차제 하고 난 후에 트러블 생기면 정말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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