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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공공주택, 독일은 무엇이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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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꼭 사야만 행복할까?" 독일에서 본 또 다른 주거의 해답

한국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평생의 숙제이자 대부분의 가계가 짊어지는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출을 끼고 집을 마련한 뒤, 집값이 오르면 더 큰 집으로 갈아타며 자산을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재테크라고 여겨왔다. 주거는 삶의 공간인 동시에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셈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러한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공공 주도 공급 확대와 '고품격 공공주택' 공급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득 수준과 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역세권의 쾌적한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고품격 공공주택'이라는 개념은 아직 많은 국민들에게 낯설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공임대는 무주택자가 잠시 거쳐 가는 공간, 혹은 사회적 낙인이 따라붙는 주거 형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더욱이 정부는 정책의 큰 방향은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공급 방식과 운영 구조, 재원 조달 방안 등은 아직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결국 국민 입장에서는 '고품격 공공주택'이 실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마침 최근 독일에 거주하는 친구를 방문하면서 한국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주거 모델을 직접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물론 독일의 주택시장은 민간 임대, 개인 임대인, 대형 임대회사, 공공주택 등 다양한 형태가 공존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독일 임대시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주택협동조합(Wohnungsgenossenschaften)이다. 공공주택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함께 갖춘 이 제도는 앞으로 한국이 고민하는 '고품격 공공주택'의 방향을 생각해 볼 만한 흥미로운 사례였다.

세입자가 동시에 주인이 되는 집

주택협동조합은 일반 민간 건설사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임대주택과는 조금 다르다. 시민들이 일정 금액을 출자해 조합원이 되면, 협동조합은 영리보다 안정적인 주거 공급을 목표로 주택을 건설하고 관리한다. 발생한 수익 역시 외부 투자자가 아니라 조합의 유지·관리와 장기적인 운영에 다시 사용된다.

세입자는 단순한 임차인이 아니라 조합의 구성원이다. 따라서 집주인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라 퇴거 압박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계약과 조합 규정에 따라 안정적인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 임대료를 장기간 체납하거나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오랜 기간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흔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외관이나 관리 수준이었다. 협동조합 아파트라고 해서 낙후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일반 민간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주거 불안이 적은 이유

독일의 협동조합 주택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예측 가능한 주거비다.

독일은 지역별 임대료 기준과 관련 법규를 통해 임대료 인상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협동조합 역시 영리 극대화보다 장기적인 안정성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만난 지인 역시 같은 협동조합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임대료 인상 폭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해당 협동조합의 운영 원칙에 따른 것이며, 덕분에 집값이나 임대료 급등에 대한 불안감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반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매달 원리금과 이자, 유지관리비, 세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집값이 상승하면 자산 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주거비 부담 자체만 놓고 보면 협동조합 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비용 구조를 유지할 수 있으며, 남은 자금을 교육이나 노후 준비, 다른 자산 투자 등에 활용할 여지가 커진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삶의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주거 문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아파트에서도 누리는 마당과 텃밭

독일의 공동주택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과 연결된 공간'이었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1층이 독일에서는 오히려 인기 있는 경우도 있다. 거실과 연결된 작은 앞마당을 개인 정원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을 심고, 의자를 놓고, 아이들과 뛰어놀며 단독주택의 마당처럼 활용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위층 주민들도 소외되지 않는다. 단지 중앙에는 넓은 녹지 공간이 조성되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고, 일부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채소를 기르는 공동 텃밭도 운영된다. 여기에 독일에는 별도의 개인 정원을 장기 임대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문화도 널리 자리 잡고 있어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자연을 가까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처럼 독일의 주거는 단순히 '집 한 채'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까지 함께 설계하려는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 공공주택이 고민해야 할 것은 '디테일'

물론 독일의 협동조합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토지 제도와 금융시장, 인구 구조, 주택 문화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 사례가 우리에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좋은 공공주택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고품격 공공주택이 단순히 평수를 조금 넓히거나 마감재를 고급화하는 수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제도와 공동체 공간, 녹지 환경, 그리고 삶의 질까지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주거 인프라로 발전할 것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결국 공공주택의 품격은 건물 외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안심하고 살 수 있는지, 이웃과 어떤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집이 삶의 부담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독일의 주택협동조합은 특정 정책의 정답을 제시하는 모델은 아닐지라도, 한국 사회가 앞으로 만들어갈 공공주택이 어떤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만한 중요한 사례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한국의 '고품격 공공주택'이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사람들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는 새로운 주거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직접촬영

댓글 23

  • 팽오리 · 2026년 6월 26일

    세입자가 동시에 주인이 되는 집에 저도 살고싶네요ㅠㅠ

  • 눈사라밍 · 2026년 6월 26일

    주거불안이 적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환경인듯해요

  • 로또가답이다 · 2026년 6월 26일

    근데 주거 불안 없다는 게 좋긴 한데, 한국에선 과연 가능할까? 솔직히 회사 근처 괜찮은 곳 찾느라 힘든데... 대출에 목매고 있는 사람들 생각하면 왠지 더 불안할 듯? 모르겠음...

  • 푸른빛 · 2026년 6월 27일

    오... ㄹㅇ 독일 방식 흥미롭지 한국에선 성공 사례 뭐 있을까? 주변 보면 그저 그런 거 같은데 미래 더 불안할까?

  • 똥깡쥐맘 · 2026년 6월 27일

    독일 얘기 듣고 신기하긴 하더라 ㅎㅎ 근데 그걸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엔 현실이 너무 다르지 않나? 거기서처럼 안정적인 주거비를 누릴지 의문 ;; 한국에서 누가 뭘 해도 다 대출에 목숨 걸어야 하는 판인데 그게 그렇게 쉬울까?

  • 하놩 · 2026년 6월 27일

    외국이랑 정말 다른 차이점이 집 문제인것같아요...세입자가 집주인이되는게 꿈같긴하네요

  • 포근포근쿠키 · 2026년 6월 27일

    우리나라랑 확실히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갖추기에는 좀 쉽지 않은 부분이 많네요;;;

  • 효쥬님 · 2026년 6월 27일

    주거 불안이 없다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현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 브라키오 · 2026년 6월 27일

    세입자가 주인이 된다니..뭔가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안일어날거같은 이야기긴 하지만 신기하긴 하네요 ㅎㅎ집 앞에 저렇게 마당 있으면 너무 좋을거같아요..ㅠㅠ

  • 로렐라이 · 2026년 6월 27일

    주거 불안 해결이 엄청난 메리트인걸 독일은 잘 캐치하고 있네요

  • 신혼두두 · 2026년 6월 27일

    아 너무 너무 너무 부러워요...ㅎ 한국 집 문제가 진짜 어나더 클라스 아닐까 싶어요 ㅠ

  • 도로롱 · 2026년 6월 27일

    고품격 공공주택이라..한국에서는 도입 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한국 사람들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 하기도 하고 ㅠㅠ ㅋㅋㅋ

  • 말차우유 · 2026년 6월 28일

    관리 상태가 일반 민간 아파트 못지않다는 게 대단하네요. 보통 공공이라고 하면 관리가 부실할 거라는 편견이 먼저 생기는데, 운영 방식이 진짜 탄탄한가 봐요.

  • 스위티자몽 · 2026년 6월 28일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온전한 휴식 공간으로 누리는 문화가 참 달라보이네요. 우리나라도 집에 대한 인식부터 서서히 바뀌면 좋겠어요.

  • 어느여름 · 2026년 6월 28일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주거 불안 없이 삶의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독일 주택협동조합의 사례가 무척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세입자가 동시에 주인이 되어 퇴거 압박 없이 장기 거주하고, 예측 가능한 주거비 덕분에 남은 자금을 노후 준비나 다른 자산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대출 원리금과 세금에 시달리는 한국의 주거 문화에 정말 큰 시사점을 주네요.

  • 메리23 · 2026년 6월 28일

    고품격 공공주택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맞는 것 같은데 과연 실제로 가능한지 의문이 드는 것인듯 요즘 대세는 그런 것 같은데 그거 생긴다던 지역도 포함되는 건가요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주거문화가 애초에 다르니 실현이 될지 궁금하네요 특히 교통이나 주변 환경이 잘 갖춰져야 더 매력적일 텐데 그 부분이 좀 애매한 것 같기도 하네요??

  • 솔레임 · 2026년 6월 28일

    교통은 좋지만 저런 주택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애매한 것 같네요?? 결국 사람들은 안정성을 추구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 선율 · 2026년 6월 28일

    고품격 공공주택 얘기 흥미롭긴 한데 그걸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좀 의문임ㅋㅋ 독일처럼 되는 건 우리랑 차이 많아서 쉬운 게 아닐 듯? 사람들이 원하는 주거 안정이랑 연결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음ㅋㅋ 좀 더 두고봐야겠음

  • 공디도 · 2026년 6월 28일

    사진이랑 조감도가 이렇게 다르면 진짜 실망할 거 같지 않아? 저런 주거 모델이 한국에 정말 어울릴까? 사람들이 원하는 건 간편한 거주지일 텐데 뭐가 진짜 가능할지 모르겠네

  • 인생은아름다워 · 2026년 6월 29일

    거기 그 뭐 생긴다던 거 맞음 인정 ;; 공공주택이 마트나 학원가 바로 근처에 생기면 ㄹㅇ 좋을 것 같긴 한데 ;; 생활 인프라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음

  • 행복하자 · 2026년 6월 29일

    공공주택이 중요한 건 공간 안에서 어떻게 지내느냔 말이지 ㅎㅎ 독일식 주거 모델처럼 공동체와 자연이 잘 어우러지면 좋겠지만 솔직히 현실은 헉 그게 아닌 것 같아 요즘 내 집이 너무 스트레스라 아파트 구경할 시간도 없으니까 주택 정책이 확실한 방향성을 가져야지 계속 전환만 하다간 실망할 사람들이 꽤 많을 거 같아

  • 김차차 · 2026년 6월 29일

    독일의 협동조합 이야기는 흥미로운 인듯 ;; 요즘 우리나라 공공주택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궁금한데, 아파트에 마당이나 공동 텃밭 같은 공간이 생기면 생활의 질이 달라질 것 같은데 그게 실제로 가능할지는 의문인듯;; 경험과 문화가 많이 달라서 한국 사람들의 필요를 잘 반영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듯하네요 ;;

  • 귤농장 · 2026년 6월 29일

    교통은 괜찮은데 아쉬운 점이 많아요... 수요는 많은데 예산 문제로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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