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고사 수도권도 빠듯…내집마련 틈새는 있다
호랑이읽는 데 약 3분

<래미안 원베일리 모델하우스. 삼성물산>
서울 아파트 가격이 ‘3.3㎡당 5000만원 시대’에 사실상 안착하면서 도심 내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풀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금융 규제와 맞물린 구조적 변화가 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 크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조차 15억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실수요자의 자금 동원력은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 시산이 비규제 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 셈이다. 대출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도 실거주와 자산 가치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비규제 지역 아파트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규제가 오히려 매매나 전월세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가 가격을 억누르기보다 특정 구간으로 수요를 집중시키며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중소형(전용 60~85㎡)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1022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4억 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1억 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특히 소형 아파트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전용 59㎡ 이하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월 기준 9억9566만 원으로, 지난해 10월 9억 원을 넘어선 이후 단기간에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상반기 내 10억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격 키 맞추기 현상의 원인으로 대출 규제를 지목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주택 가격 구간에 따라 엄격히 제한되면서, 수요가 대출이 가능한 마지노선인 15억원 이하 단지로 몰렸고, 그 결과 가격이 해당 구간에 맞춰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자율적 가격 형성이라기보다 정책이 만들어낸 기준선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결국 서울 내에서 대출을 활용해 진입할 수 있는 선택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청약 시장 역시 더 이상 ‘사다리’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최근 2년 사이 약 39% 급등하며 3.3㎡당 5238만원(HUG, 2월 기준)을 기록했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7억~18억원대, 전용 59㎡ 역시 15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상승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설 원가 상승과 고급 마감재, 특화 설계가 적용된 하이엔드 브랜드 도입이 이어지면서 분양가는 계속 오르는 흐름이다. 강남 3구를 벗어난 지역에서도 전용 59㎡ 분양가가 20억 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동작구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의 경우 전용 59㎡가 최고 22억원대로 책정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대출 가능액을 제외하고도 입주 시 약 17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첨돼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서울의 높은 진입 장벽은 수요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규제가 집중된 서울 및 일부 핵심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한 반면, 비규제 지역에서는 거래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10·15 대책 시행 전후를 비교했을 때,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화성시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3144건에서 3921건으로 777건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이어 부천시(404건 증가), 남양주시(399건), 군포시(330건), 평택시(298건) 등 주요 비규제 지역에서도 거래 증가가 확인됐다. 반면 규제지역이었던 성남시는 같은 기간 3135건에서 1139건으로 1996건 급감하며 정책 영향이 거래 위축으로 직결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일시적 이동이 아니라 수요가 ‘규제를 피해 이동하는 구조적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들했던 주거형 오피스텔까지 들썩이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형 상품이나 대체재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아파트와 유사한 평면 구조와 입지 경쟁력을 갖추면서 실거주 대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점이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거래 지표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전국 중형 오피스텔(전용 60~85㎡) 거래량은 542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6.8% 증가했다. 전용 85㎡ 이상 대형 오피스텔 역시 41건에서 133건으로 3배 이상(224.4%) 늘어나며 중대형 중심의 수요 확대가 확인됐다. 실제 실거주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주거형 오피스텔 ‘e편한세상 동탄역 어반원’은 최고 20.9대 1, 평균 12.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부담과 세금 영향으로 초소형 오피스텔의 투자 매력은 다소 감소한 반면, 중대형은 주거 대체재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며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서울 아파트 시장이 고가·고규제 구조로 재편되면서, 수요는 가격과 금융 조건이 맞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비규제 지역과 주거형 오피스텔의 인기는 그 결과물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더라도 감당 가능한 자금 구조, 안정적인 거주 가능성, 그리고 장기적인 자산 방어력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과 공급이 이 흐름을 어떻게 따라잡을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로 진입 장벽이 높아진 만큼, 수도권 대안은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출퇴근 1시간 이내 교통망을 확보하되 GTX·광역철도 등 확정된 호재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매매가보다 대출 가능 범위와 잔금 부담 등 자금 구조를 먼저 따져 무리 없는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입지는 ‘저렴한 곳’보다 서울 대비 가격 격차가 유지된 지역을 선택하고,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역세권, 중형 평형,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를 선택해 환금성을 확보하는 것이 안정적인 실거주와 자산 방어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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