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노년층에게 집은 자산인가 짐인가

엘레이맘읽는 데 약 3

집은 자산인가, 짐인가

노년의 주거 선택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단순히 "어디서 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 모아온 재산을 어떻게 굴리고, 남은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집을 끝까지 붙들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팔고 새로운 삶으로 옮겨갈 것인가.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은 사실 집 자체가 아니라, 그 집이 놓인 나라의 세금 구조에 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세금 구조, 현금흐름 구조, 그리고 증여·상속 비용. 이 세 가지가 다르면 결과도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 집은 팔지 말고 물려줘라

미국은 오래 보유할수록 유리한 구조다.

재산세가 집을 처음 살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수십 년 전에 산 집이라면 세금이 거의 고정된 수준에 머문다. 집값이 올라도 재산세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버티는 게 이득이다.

반대로 집을 팔면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따라온다.

수십 년 전에 싸게 산 집이라면 지금 시세와의 차이가 엄청나고, 그 차익 전부에 양도소득세가 붙는다. 평생 묵혀둔 세금 청구서를 한꺼번에 받는 셈이다. 물론 부부 공동 거주 주택이라면 최대 50만 달러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지만, 수십 년간 집값이 크게 오른 캘리포니아에서는 그 한도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팔고 나서도 문제는 이어진다. 규모를 줄여 더 작고 저렴한 집으로 이사를 간다 해도, 그 집의 재산세는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새로 시작된다. 수십 년간 누려온 낮은 재산세와 비교하면 체감 부담이 상당히 크다. 여기에 콘도나 타운하우스로 옮기면 HOA 비용(일종의 관리비)까지 매달 추가된다.

결국 집을 파는 순간, 양도소득세로 목돈이 나가고, 새 집에서는 재산세가 올라가고, 관리비까지 새로 생긴다. 세 가지가 동시에 터지는 구조다. 이래저래 팔면 손해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상속 제도다. 미국에는 'step-up in basis'라는 제도가 있다. 부모가 집을 자녀에게 상속하면, 그 집의 과세 기준이 상속 시점의 시가로 새로 설정된다. 쉽게 말하면, 부모가 평생 쌓아온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상속 순간 대부분 사라지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미국에서 집은 끝까지 들고 가서 자녀에게 넘기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실버타운 같은 곳으로 옮기려고 집을 파는 순간,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한국: 들고 있어도, 넘겨도 부담이다

한국은 정반대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된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도 함께 오른다. 가만히 앉아서 집을 들고만 있어도 매년 세금 고지서가 점점 두꺼워진다. 은퇴 후 소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 부담은 꽤 무겁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넘기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의 증여세율은 최대 50%다. 10억짜리 집을 자녀에게 줬다가 세금으로 수억 원이 나갈 수 있다. 이전 자체가 큰 비용이 되는 셈이다.

결국 한국에서 집은 보유하면 세금이 늘고, 넘기면 증여세가 부담스럽고, 팔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구조다. 차라리 집을 매도해 현금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으로 떠오른다.

자산 보유에서 현금흐름으로

과거에는 집을 팔아도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금리는 낮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투자 수단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집을 붙들고 버티는 게 최선이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미국 배당주나 ETF에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고, 달러 기반 배당 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정부는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과 상법 개정 등 주주 친화적 제도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배당 문화를 뿌리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전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자산을 보유하는 것에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으로, 전략의 축이 바뀌고 있다.

집이 자산이 되느냐 짐이 되느냐

미국은 팔지 말고 자녀 세대에게 넘기는 게 유리한 구조다. 한국은 증여하자니 세금이 너무 무겁고, 들고 있자니 종부세에 대한 부담이 크다. 파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집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건 그 집이 놓인 제도다. 같은 30평짜리 아파트라도 어느 나라에 있느냐에 따라, 그 집이 노후를 받쳐주는 자산이 되기도 하고 매년 짐으로 무거워지기도 한다.

노년은 결국 이런 질문 앞에 서는 시간이다. 내가 평생 모아온 것을 어떻게 가장 현명하게 쓸 것인가. 한국에서 그 답은, 집을 끝까지 붙들고 버티는 것보다 적절한 시점에 과감히 정리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

당신의 집은 지금 자산인가, 아니면 짐인가.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매년 날아오는 세금 고지서가 이미 조용히 알려주고 있다.

사진 출처 : shutterstock, getty image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