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대하는 자산가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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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의 역설
최근 한국은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 1주택자는 성역처럼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다주택자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빌런'으로 치부되는 이분법적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내가 살 집 한 채에 대해 정부가 과도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이 당연시되었고, 이는 결국 '똘똘한 한 채'라는 현상을 낳았다. 사람들은 요지의 부동산을 차지하기 위해 위법조차 불사했고 가격은 고공행진했다. 결과적으로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오히려 무주택자들에게는 거대한 진입 장벽이 된 셈이다.
특히 1세대 1주택자에게 주어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매물 잠김 현상의 원인중 하나이다. 10년 이상 보유 및 거주 시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주는 이 제도는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 된다. 반면 다주택자는 늘 징벌적 과세의 대상으로 여겨졌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제도의 허점이 존재했다.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가 오히려 다주택자들에게 종부세 합산 배제나 양도세 중과 면제 같은 혜택을 제공하며 정책 본래의 취지는 퇴색되었다. 이처럼 세금 정책이 매 정권의 여론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급변하면서 일관성을 잃었고,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 사례로 본 제도의 역설
이러한 한국의 상황은 미국의 부동산 세제가 겪고 있는 문제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부동산 정책은 시민들이 한 집에서 최대한 오래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주거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십 년 전 세워진 법들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고착화되면서 발생했다.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제도들이 이제는 후세대에게 과도한 재산세 부담과 매물 부족이라는 부작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주거 안정성을 지키려던 법안들이 역설적으로 주택난을 심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그 중심에 Proposition 13(재산세 상한제)이 있다. 1978년 도입 당시, 이 법은 급등하는 재산세로 인해 자기 집에서 쫓겨나는 고령 주택 소유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탄생했다. 재산세를 취득 당시 평가액 기준으로 고정하고 연간 최대 2% 증가로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법은 세대 간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30년 전 10만 달러에 집을 산 장기 거주자는 현재 그 집의 시세가 100만 달러가 되었어도 여전히 당시 가격에 연 2% 증액 제한이 적용된 재산세를 낸다. 계산해보면 연간 약 1800달러 정도다. 반면 바로 옆집을 현재 시세인 100만 달러에 구입한 신규 거주자는 현재 평가액을 기준으로 재산세가 책정되어 연간 약 1만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공공 서비스를 받지만, 구입 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약 5배의 세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주택 소유자들의 이동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Lock-in 효과'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새로운 시세 기준으로 재산세가 재평가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나은 직장이나 생활 환경이 있어도 현재 집을 떠나지 못하고 묶이게 된다. 이는 주택 시장의 유동성을 떨어뜨리고 매물 부족을 야기하여 집값 상승의 한 요인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1997년에 책정된 '부부 합산 50만 달러 양도세 비과세' 한도다. 도입 당시에는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가 평생 세금 걱정 없이 집을 매매할 수 있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이 한도는 27년간 인플레이션 조정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요 도시의 중간 주택 가격이 100만 달러를 넘어선 현재, 과거에 집을 산 사람들은 평범한 집 한 채를 팔아도 이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가 흔하다. 집주인들은 양도세 부담이 두려워 집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이는 다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고가 주택세의 함정
미국에서는 대중적 인기를 목표로 부과하는 '고가 주택 특별 양도세(Mansion Tax)' 라는 것이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2022년 500만 달러 이상 주택 거래에 4%, 1,000만 달러 이상에 5.5%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부유층으로부터 세수를 확보해 저소득층 주거 지원에 사용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이 법안 시행 직전인 2022년 말, 고가 주택 거래가 일시적으로 급증했고, 시행 후에는 거래량이 급감했다. 2023년 상반기 500만 달러 이상 주택 거래는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다. 집주인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지 않거나,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대형 임대용 건물의 경우, 증가한 세금 부담이 결국 임차인들의 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물론 세금 전가의 실제 정도는 시장의 수요 탄력성, 공실률, 임차인의 협상력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세금 정책은 입안자들이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수 있다.

세금과 함께 사는 지혜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세금 정책의 모순과 역설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한 가지 중요한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세금은 누군가에게는 무겁고 불공평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우리가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누리는 안전과 인프라, 공공 서비스를 지탱하는 비용이기도 하다.
세금 정책은 시대와 세대를 거치며 선의로 시작된 정책이라도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복잡한 경제 현상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세금 정책은 단기적 여론이나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하며 일관적으로 흘러야 한다.
가장 현명하고 당당한 삶의 방식은 제도의 허점을 찾아 의무를 회피하는 '탈세'가 아니다. 세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가 장려하는 공식적인 혜택(비과세, 공제, 감면 등) 내에서 최선의 전략을 짜는 '절세'의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 또한 내가 누리는 주거의 안정과 자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회에 내야 할 몫을 정당하게 인정하고 기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금은 때로 늑대처럼 우리를 위협하지만, 그 규칙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당하게 지불하며 사는 삶이야말로 자산의 증식보다 더 큰 '삶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길이다. 죽음만큼이나 확실한 세금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비겁한 회피가 아니라, 정당한 기여와 영리한 절세가 공존하는 당당한 태도여야 한다.
사진 출처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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