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불탔는데… 돈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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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위에서 돈을 세는 사람들
늦은 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중 우연히 광고 하나를 발견했다. "로스앤젤레스 산불 피해지역 재건 프로젝트 - 고수익 보장 투자 기회". 다 타버린 땅에 새로 집을 지은 후 되판다면 당연히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올 초 뉴스에서 보았던 참혹한 장면들이 뇌리를 스쳤다. 그렇게 붉은 하늘과 시커먼 연기를 살면서 본적이 없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누군가의 삶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그 자리에서 투자 수익률을 생각하다니 순간 소름이 돋았다. 물론 재건에는 자본이 필요하고, 투자 자체가 불법도 아니며, 어쩌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 남은 묵직한 불편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사라진 것은 집이 아니라 삶 자체였다
산불은 단순히 벽돌과 나무만을 태우는 것이 아니다. 직장, 학교, 관공서, 식당, 마트등 사람들의 일상인 삶 그자체가 함께 사라진다. 설령 우리 집만큼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해도, 함께 숨 쉬던 공동체는 이미 해체되어버렸다. 살아남은 집들은 마치 빠진 이빨처럼 듬성듬성 서 있을 뿐, 예전의 따뜻했던 동네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지역에서 30년간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리 또한 그런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화염이 그의 집을 삼킨 뒤, 그는 아내와 함께 켄터키나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어딘가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친구의 소개로 일자리를 구하고, 전혀 모르는 땅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험금 청구 서류를 작성했지만 언제 지급이 될지 알수 없었다. 부동산 중개업자였던 그가 중개할 수 있는 집이 더이상 존재 하지 않는 그곳에서 그는 거주지 뿐 아니라 직업 마저 잃었다.
화재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원래 모습으로 집을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이은 자연재해로 미국 전역에 건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산불로 인해 폭증한 수요는 인건비와 자재비를 끝없이 끌어올렸다.
재건을 원하는 주민들은 대출을 받거나 평생 모은 저축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게 간신히 집을 다시 세운다 해도 주변 풍경은 여전히 황폐하기만 하다. 불탄 잔해 더미들 사이로 혼자 우뚝 선 새집이 과연 '집'이라 할 수 있을까. 집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속한 공동체와 함께 존재하기 마련인데.

재해 지역 주민들에게 수수료 감면 혜택을 앞세워 토지 매각을 권유하는 업체들
기다림의 시간은 너무 길다
남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에게 시련은 계속된다. 지역 경제가 매년 10~15%씩 회복된다고 해도, 이곳이 다시 제대로 숨을 쉬려면 최소 5년에서 10년은 걸린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재건은 그나마 빠르지만, 상점과 식당, 학교와 병원 같은 사회 인프라가 복구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어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머물 임시 거처를 찾는 것부터가 난제다. 산불 이전에도 이 지역의 주택 공실률은 고작 1%였는데, 이제는 수천 채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남은 임대주택들은 급격히 치솟은 임대료를 요구하고, 많은 이재민들은 모텔이나 친척 집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일상을 견뎌내야 한다.
아이들은 더욱 큰 상처를 안는다.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다니던 학교는 임시 건물에서 수업을 이어간다. 방과 후 놀던 공원도, 주말에 가던 도서관도, 생일 파티를 열던 패밀리 레스토랑도 모두 사라졌다.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집을 잃은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자체가 송두리째 뽑혀나간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 집을 내다 파는 사람들
재건을 포기하고 매각을 결정한 사람들도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다행히 불길을 피한 집들도 주변의 황폐한 환경 때문에 시세가 10~35% 떨어진다. 불탄 땅은 더욱 심각해서 최대 60%까지 할인을 감수해야 한다. 평생의 자산이자 노후 대비책이던 부동산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절망적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플리퍼(flipper)'라 불리는 부동산 투자업자들과 대규모 임대 사업자들이다. 그들은 재해 지역을 꼼꼼히 조사하며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땅들을 물색한다. 이재민들의 급한 사정을 이용해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입한 후, 지역이 회복되면 고가에 되파는 것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한 플리퍼는 솔직하게 말했다. "감정적으로는 미안하지만, 이건 비즈니스예요. 우리가 사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 살 거고, 어차피 재건에는 투자가 필요하거든요."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 논리 뒤에 숨겨진 것은, 타인의 불행이 곧 자신의 기회라는 냉정한 계산이었다.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재해 지역의 회복 가능성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장기적 수익성이 확실한 지역에만 선별적으로 투자한다. 결과적으로 부유한 지역은 빠르게 재건되지만,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동네는 방치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

출처 Vlad Teodor/Shutterstock
자본의 논리와 인간적 마음 사이에서
처음에 보았던 그 투자 광고를 다시 찾아 자세히 읽어보았다. "화재 피해지역 재개발을 통한 고수익 투자 기회", "전문가들이 엄선한 프리미엄 로케이션", "재건 특수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 확실". 매끄럽고 전문적인 문구들 사이로 이재민들의 절망과 좌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숫자와 퍼센트, 투자 수익률 만이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다.
산불은 누군가에게는 끝이자 절망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과 이익의 기회가 된다. 이런 현상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실제로 재건 과정에서 투자와 개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재해를 단순히 '투자 기회'로만 보는 관점과, 거기에 얽힌 인간의 삶과 고통을 함께 바라보는 관점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는 효율적이고 실용적이지만 냉정하고, 후자는 덜 효율적일지 몰라도 더 인간적이다.
재건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과정에 자본이 개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과정을 바라볼 때의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얼마의 수익이 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의 삶이 어떻게 다시 세워져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다면.
투자 수익률 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회복, 기존 주민들의 정착,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함께 고려한다면. 재해 복구를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재건하는 과정으로 접근한다면.
물론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재해 지역에 투자할 때, 그 돈이 단순히 수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기여한다는 의식을 갖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경제적 논리와 인간적 가치 사이의, 효율성과 윤리 의식 사이의 균형. 재해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을 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상처 위에 세워진 것임을 잊지 않는다면, 비극의 잿더미 속에서도 모두가 함께 일어설 수 있는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진짜 '고수익'은 단순한 돈의 증식이 아니라, 무너진 삶들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도우며 얻는 마음의 이익일지도 모른다. 그런 투자라면, 나도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댓글 19
팽오리 · 2025년 9월 18일
잿더미 위의 돈을 세는 사람들이란게 뭔지 정확하게 이해가 되네요 ㅎㅎ역시 생각이 다르네요
눈사라밍 · 2025년 9월 18일
역시 생각부터 다르네요
뽀뽄 · 2025년 9월 18일
잿더미 속 투자 기회, 냉정한 자본 논리와 인간적 가치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네요.
김다솔이에요 · 2025년 9월 18일
잿더미의 위의잔인함이라고 표현을 해야될가요
베키 · 2025년 9월 18일
잿더미 위에서의 투자는 냉정한 자본 논리 뒤의 인간적인 가치를 돌아보게 하네요.
호잇 · 2025년 9월 19일
재해가 일어난곳을 다시 투자한다는건 생각도 못해봤는데 신기하네요
창조경제 · 2025년 9월 19일
재해가 일어났어도 거기에도 이해관계가 발생하는것 같아요 정신 제대로 차리고 현실을 잘 알아봐야겠어요
오늘을살자 · 2025년 9월 19일
불이 탔는데 돈이 왜 몰려오나 했는데 참.. 부자들의 생각은 다르더라고요 이래서 많이 책도 읽고 배우고 해야하나봐요 근데 무서운 세상입니다
베테랑킴 · 2025년 9월 21일
공감합니다.. 수익에 대한 부분도 무시 못하지만.. 함꼐 사는 세상이니..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접근해야하는게 우선이라고 봐요
미니멀부자 · 2025년 9월 21일
얼마나 수익이 날 것인가.. 라는 질문보다 누군가의 삶이 어떻게 다시 세워져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먼저 한다는.. 부분이 참 공감되는 부분이네요
치킨 · 2025년 9월 21일
재해를 단순히 투자기회로 보는 관점이라면은 그사람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아니지 않을 까 생각이 드네요..
스위티자몽 · 2025년 9월 21일
재해 지역 투자라고 해서 뭔가 좀 안 좋게 보였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재건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말차우유 · 2025년 9월 21일
플리퍼라 불리는 업자들이 있군요. 이재민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버는 그런 느낌인데, 어떻게 보면 이것도 투자라고 봐야겠죠.
치킨 · 2025년 9월 30일
진짜 고수익은 단순한 돈의 증식이 아니라 무너진 삶들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도우며 얻는 마음의 이익이라.. 맞는말입니다
펜트하우스 · 2025년 10월 4일
역시 투자자들이나 부자들은 생각이 다르네요 사실 이게 투자만 보기에는 너무 각박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거 같아요 당연히 투자만 보면 좋은 지역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재민을 이용한 돈벌이를 하는거라 안타깝기도 해요
와사비 · 2025년 10월 11일
누군가에겐 아픔인 재해를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는 건 좀 너무하네요
새우깡 · 2025년 10월 11일
돈 앞에선 어쩔 수 없다지만 참 추악한 인간성이 보이는 거 같네요 ㅎㅎㅎ
청라룡 · 2025년 11월 8일
역시 돈앞에선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보이는것 같아요...돈보다 우선시되는게 있어야 하는데ㅠㅠ
포근포근쿠키 · 2025년 11월 13일
생각하는 게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따라 진짜 모든 게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