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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사막 한가운데 내가 꿈꾸던 오아시스가 있었구나

엘레이맘읽는 데 약 2

지인 가족이 라스베가스에서 2년째 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의구심부터 들었다. 카지노와 네온사인, 밤의 유흥으로만 기억되는 그 도시에서 과연 평범한 가족의 삶이 가능할까?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LA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내 첫째와 동갑인 지인의 아이는 잘 적응했을까? 내향적인 그녀는 미국 생활에 녹아들었을까? 왠지 LA보다 녹록지 않은 환경일 것 같아 우려와 호기심이 뒤섞였다. 그러다 남편의 출장과 아들 방학이 맞물리며 기회가 생겼다. 미국에서 그들을 만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LA에서 차로 4시간,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달리며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여기서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까?’ 그러나 지인의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사막 속 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드넓은 도로와 야자수가 영화 속 장면처럼 펼쳐졌다. 그들이 사는 서머린은 라스베가스 스트립에서 20분 거리였다. 집은 미국 드라마에서 보던 전형적인 싱글하우스—높은 천장, 넓은 거실, 세련된 주방, 잔디와 정원이 있는 앞마당까지. LA에서도 부러워했던 게이티드 커뮤니티였다.

“월세가 얼마야?” 물었을 때 지인이 말한 금액은 내가 LA에서 내는 월세의 절반쯤이었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라스베가스가 LA보다 저렴할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차이가 클 줄은 몰랐다. 그들의 일상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뒷마당 너머 사막과 산맥이 달력 속 풍경처럼 펼쳐졌다. 저녁이면 다 함께 그곳에서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탔다. 동네 공원과는 차원이 다른, 광활한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상을 벗어난 기분을 선사했다.

다음 날, 우리는 관광지 대신 로컬 공원과 도서관을 찾았다. 사막과 어우러진 공원의 독특한 매력이 좋았다. 라스베가스 교육이 엉망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서머린은 네바다주에서도 수준이 높았고 사교육비도 캘리포니아보다 저렴했다. 교사 대 학생 비율이 낮아 세심한 케어가 가능했고, 지인의 딸은 입학 6개월 만에 ESL에서 벗어났다. 처음엔 영어 때문에 수업 중 울었던 날도 많았고 힘들어했지만, 비영어권 학생 프로그램 덕에 빠르게 적응했다. 반면 우리 아들은 아직 ESL 때문에 미술과 음악 수업을 놓치고 있어 부러움이 컸다. 초등학교들이 공원과 도서관 근처에 있어 연계 활동도 활발했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으며 자라는 아이들—부모라면 누구나 꿈꾸는 모습이 여기서 현실이 되고 있었다.

저녁, 테라스에서 지인과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라스베가스 삶이 완벽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40도를 넘나드는 여름 더위는 분명 단점이다. 사막 한가운데라 외출이 줄면 고립감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맞아, 여름엔 너무 더워서 밖에 오래 못 있어.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 커뮤니티 수영장이 있지만, 가끔 스트립 호텔 수영장을 찾아가. 한국에서 호캉스는 비용과 시간 때문에 망설여지는데, 여기선 숙박 없이도 고급스러운 수영장을 즐길 수 있어 좋아.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거나 로비 전시도 구경하고. 아니면 산으로 1-2시간 드라이브하며 시원함을 찾기도 해. 그래도 여름 석 달은 실내에 갇힌 기분이 들 때가 있지.”

그녀는 이어 말했다. “나는 원래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크게 힘들진 않아. 최근엔 한인 인프라가 좋아지고 한인마트도 생겨 불편함이 거의 없어.” 평생은 몰라도 1-2년쯤 살아본다면 매력적인 선택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마트 물가나 외식비도 네바다 세금 혜택 덕에 LA보다 훨씬 합리적이었다. 주말이면 그들은 스트립 공연을 즐겼다. 로컬 할인 혜택 덕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문화생활을 더 자주 한다고 했다. “스피어가 처음 열렸을 때도 거주자 혜택으로 제일 먼저 갔어.” 그녀의 표정에서 삶의 만족감이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24시간 열려있는 유흥과 화려함은 늘 거리를 둬야 해. 여기 삶은 그 균형을 잘 맞추는 게 관건이야.”

테라스에서 본 밤하늘의 별은 LA에서 볼 수 없을 만큼 선명했다. 별을 보며 누워 있자니 부러움과 함께 작은 희망이 생겼다. ‘나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일주일 체류로 라스베가스를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한국에서 상위 1%만 누릴 법한 삶이 여기선 평범한 중산층의 일상이 될 수 있었다. LA에서 내는 비용 절반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니, 놀라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창 밖 사막 풍경이 스쳐갔다. 그 황량함 속에서 내가 꿈꾸던 여유와 가능성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도 언젠가 여기 살아볼까?”

사진 출처 : Ho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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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도란 · 2025년 3월 3일

    영화에서 보면 항상 라스베가스는 화려함의 극치라서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는데요~ 그렇지만도 않은가봐요 ㅎㅎ 올려주신 사진보니 평화로워보이구.. ㅎㅎ 제가 그동안 단면만 봤었나봐요

  • 아아한잔 · 2025년 3월 3일

    사막 한가운데라는게 믿기지 않을정도로 아름다움

  • 구룡포과메기 · 2025년 3월 3일

    한국에선 부 1%만 누리는 혜택을 중산층도 누릴 수 있다는건 확실한 메리트인 것 같습니ㅏㄷ

  • 따나따나 · 2025년 3월 4일

    서부의 하늘과 풍경 너무 아름답지요 ^^

  • 제3의눈 · 2025년 3월 4일

    칸쿤+라스 묶어서 여행 많이들 가더군요 저도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가보고 싶군요

  • 두근반근 · 2025년 3월 4일

    그랜드캐년 갔다오셨나요? 꼭 가보라고 다들 추천해서 계획에 넣을까싶거든요 ㅎㅎ

  • 그러덩가 · 2025년 3월 5일

    계획된 도시라 확실히 동네도 깨끗하고 운전도 어렵지 않고 좋음

  • 붕어싸만콩콩 · 2025년 3월 5일

    라스베가스 치안은 어떤가요? 생각보다 치안이 좋다고 듣긴했는데 또 베가스 안에서도 차이가 좀 있다고 해서 궁금하네요

  • 시그널보내 · 2025년 3월 6일

    여행으로 짧게 갔다왔었지요 꼭 봐야한다는 오쇼도 보고 카지노가서 돈도 좀 잃고(소액이지만요) 분수쇼도 보고 즐거웠지요 화려하고 재미가 공존하는 도시지만 물가는 살벌해가지고 물 사먹을때 흠칫흠칫하기도 했지요

  • 시그널보내 · 2025년 3월 6일

    그래도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놀러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이지요

  • 엘레이맘 · 2025년 3월 8일

    그랜드캐년도 멋지지만 더 멋진곳이 많다는게 함정이예요😅

  • 엘레이맘 · 2025년 3월 8일

    어디든 중산층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의 치안은 괜찮은편인거 같아요 메인스트립은 위험해서 경찰이 정말 많이 깔려있어 또 안전한 느낌이라고 하네요

  • 엘레이맘 · 2025년 3월 8일

    물가가 살벌한데 그래도 LA랑비교하면 싸다보니..😔

  • 집좀사자 · 2025년 3월 14일

    미국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네요. 영화에서 접할 땐 무언가 황량한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활기차고 좋아보이네요. 언젠간 갈 일이 있다면 LA 적어 놨다가 가 봐야겠어요.

  • 김다솔이에요 · 2025년 8월 22일

    그랜드캐년 정말 요즘 인기있는 곳중 하나던데 기회가된다면 꼭 가보고싶네여..

  • 빅토리아 · 2025년 9월 18일

    ㅋㅋ우왕 저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가보고 싶어요 ..ㅠㅠㅠ 진짜 여행가고 싶은곳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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