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부동산을 공부하는가?
폭풍의 언덕
부모님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했다. 좋은 대학을 가면 될 것처럼 말했다. 수능 하루 전날까지도 몸무게가 몇Kg이 찌든 상관없이 먹으라고 했다. 수능이 끝나면 다 빠질 '살'이라고 했다. 분식점에서 매운 떡볶이와 순대를 급히 시켰다. 고3때 관성적으로 먹던 분식을 수능 하루 전에도 먹은 것이다. 그리고 좋은 대학에 갔다. 그리고 좋은 회사에 갔다.
회사는 일만 잘하면 되는 곳인 줄 알았다. 내 일을 잘 하면 나의 노동가치가 올라가고, 다양한 기업과 회사에서 오퍼를 받아 스카우트를 받으니 내 먹고 살일은 문제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일에 집중하면 할수록, 일은 잘한다고 칭찬받을 지언정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무뎌지는 것 같다. 폰 한번만 슥 드래그 하면 웬만한 세상 돌아가는 일은 빠삭하게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좇아가기가 버겁게 된 셈이다. 회사 돌아가는 일 파악하는 것도 느릿느릿, 어기적어기정 거린다. 바로 옆 팀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어제 일어났던 일을 나는 오늘 까먹고 다시 모든 것이 리셋된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아 나누는 대화에서 한 과장님이 말씀하신다. "나 아는 분이 재건축 조합원 정보가 빠삭하셔서, 재건축 잘 들어갔다가 분양권 얻었잖아." 조합원 자격으로 몇 억의 분담금을 내고 아주 싼 가격에 서울집 마련에 성공한 과장님의 성공담이 모든 과장, 대리, 사원까지 전 직원의 관심을 끈다. 10억이 우스운 서울 아파트에, 누구는 청약으로, 누구는 재건축으로, 누구는 그냥 부모님 찬스로 집을 얻고 명의를 확보한다. 부동산이 내 삶으로 들어온 터닝 포인트다.

집에 돌아와 부동산 유튜브와 관련 책을 수소문한다. 앞으로 뜰 아파트, 3기 신도시 계획, 1기 신도시의 재개발 계획, 심지어는 아파트를 넘어 오피스텔, 빌라까지 정보를 빠싹하게 뒤진다. 가격은 오를 대로 올라 내 월급으로는 비빌 수도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번 쯤은 나에게 돌아올 그 '기회'라는 것을 바라며 한번 기다려 본다. 똥인지 된장인지 알려면, 적어도 모두가 소강상태라고 하는 지금의 부동산 침체기에 무슨 공부라도 해 놔야 까막눈은 안 되지 않겠는가?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이 판을 치는 시기에 경매니, 청약이니, 매매니 뭐든 다 될 것처럼, 이것 아니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할 것처럼 떠드는 플랫폼이 여기저기다. 한때는 주식이더니, 지금은 부동산이다. 오를 대로 올라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지만, 뉴스에서는 몇 억씩 뚝~뚝~ 떨어졌다지만, 막상 네이버 부동산 시세, KB 부동산 시세를 켜 보면 실제 급매로 나온 물량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두가 걸어잠근다. 어쩌다 흘러나온 급매는 정말 버티기 힘들어 항복하는 물량들이다. 여유가 있는 자는 떨어지는 주식에도 절대 매도를 누르지 않는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혹은 대출로 주식 투자에 몰빵한 사람들이 똥줄이 타서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백기를 드는 형세다.
나는 오늘도 부동산을 공부한다. 주식은 규칙과 법칙을 찾기 어렵고, 부동산은 적어도 금리와 정부 정책에 연동해 움직인다. 있는 자는 가지고, 없는 자는 영원히 없는 구조. 그것이 바로 부동산이다. 그래서 놓을 수 없다. 있는 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모든 이들에게 '부동산 공부'는 사치가 아닌 필수품일 테니..
[출처] 다음 브런치, 아아남 :
https://brunch.co.kr/@paradishift
아아남의 브런치스토리에세이스트 |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글을 쓰는 남자, 아아남(Aa남)Brunch Story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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